뱅크런(Bank Run)은 은행에 예금을 맡긴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대규모로 돈을 인출하려는 사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고객들이 "이 은행은 곧 망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면, 앞다투어 자신의 예금을 찾아가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모두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오면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져 실제로 파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인 자산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무너진 것에서 시작되는 문제입니다.
은행은 예금을 받는 동시에,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습니다. 이를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000만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이 중 일부(예: 100만 원)만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900만 원은 다른 사람에게 대출합니다.
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고객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이 신뢰가 무너지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1) 소문이 시작됩니다
"OO은행이 위험하대"라는 소문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뉴스 한 줄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소문이 실체보다 빠르게 퍼집니다. 이러한 정보가 퍼지면, 실제로 그 은행이 위험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시작합니다.
2) 줄 서는 사람을 보면 따라 합니다
은행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든 "나도 내 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포는 전염됩니다. 아무리 은행이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눈앞에서 현금 인출에 실패한 사람을 보게 되면 설명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3) 실제로 현금이 고갈됩니다
은행은 준비금 이상으로 현금을 인출당하게 되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원래는 충분히 건전한 은행도, 갑작스러운 인출 요청이 몰리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결국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1) 미국 대공황 (1930년대)
1929년 주식시장 붕괴 이후, 수많은 은행들이 뱅크런을 겪었습니다. 고객들이 일제히 돈을 찾기 시작하자, 수천 개의 은행이 도산했고, 은행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설립해 예금자 보호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2)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요했습니다. 그 여파로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은행들이 대규모 인출 사태를 겪으며 뱅크런이 발생했고,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시스템 리스크'가 개별 은행을 넘어 전체 금융 구조에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3)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2023년)
미국의 스타트업 중심 은행이었던 SVB는 고객층이 디지털에 익숙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기 때문에,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하루 만에 40조 원 이상이 인출 요청되며, 단 하루 만에 은행이 붕괴되었습니다. 디지털 뱅킹 시대의 뱅크런은 훨씬 빠르고 치명적임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1) 예금자 보호 제도
정부나 중앙은행이 일정 금액까지 예금을 보장해준다고 명시함으로써, 고객들이 불필요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1인당 5천만 원까지 보호됩니다.
2)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공급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단기 자금을 공급하여 연쇄 붕괴를 막습니다. 이를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이라고 합니다.
3) 정보 투명성 확보
은행의 재무상태를 주기적으로 공시하고,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함으로써, 막연한 불안을 줄이는 방식도 사용됩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주의는 오히려 불신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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