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형태의 물품을 ‘돈’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조개껍데기, 소금, 곡물, 심지어 돌까지도 거래의 매개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물품들은 대체로 그 시대와 지역에서 희소하며, 보관이 용이하고, 서로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공통의 인식이 존재했기 때문에 선택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진 물건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금(gold)이 자연스럽게 선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자원 중에서 하필 금이 돈이 되었을까요?
금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공통적으로 ‘귀한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금이 가진 물리적, 화학적, 심리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 산화되지 않는 영구성
금은 공기나 물에 닿아도 쉽게 부식되지 않으며, 다른 금속과 달리 산화되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형태와 빛깔을 유지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소유하고 있어도 가치가 손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사람들이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2) 적당한 희소성
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흔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흔하면 가치를 잃고, 너무 드물면 유통이 불가능해집니다. 금은 이 중간 지점을 정확히 차지했습니다. 적당한 희소성은 금을 귀하지만,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존재로 만들었고, 이는 돈으로서의 역할에 이상적인 조건이었습니다.
3) 나누기 쉽고 보관이 용이한 형태
금은 다른 금속보다 연성이 뛰어나 가공이 쉽고, 얇게 펴거나 작게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무게 대비 높은 가치 덕분에 적은 공간으로도 많은 가치를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교환 수단으로 기능하는 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1) 고대 문명에서의 금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 등 고대 문명에서도 금은 왕족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금이 ‘신의 금속’으로 여겨졌고, 파라오의 무덤에서는 금으로 만든 가면과 장식품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권력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자산이었던 것입니다.
2) 금화의 등장
기원전 7세기경, 고대 리디아 왕국(현 터키 지역)에서는 세계 최초의 금화가 발행되었습니다. 이는 금을 공식적인 화폐로 인정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로마제국, 중국, 인도 등 여러 제국에서 금화가 발행되었고, 이는 국제 무역에서도 통용되었습니다.
1) 금과 국가의 신뢰성
시간이 지나며 국가들은 금을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금본위제(Gold Standard)’입니다. 금본위제 하에서는 정부가 발행한 지폐를 일정량의 금과 교환해주겠다는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이는 금이라는 실체를 바탕으로 종이 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 금에서 벗어나기까지
20세기 들어 금본위제는 점차 폐지되었고, 오늘날의 화폐는 법정화폐(Fiat Money)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금은 ‘진짜 돈’의 이미지로 남아 있으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는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금이 지닌 역사적 신뢰성과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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