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말씀드렸고요”, “유선상으로 안내드린 내용인데요...”
직장이나 고객센터에서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화는 다 무선인데 왜 유선상이라고 하지?”
“말로 한 걸 굳이 구두로라고 표현해야 하나?”
사실 알고 보면 이 표현들엔 나름의 역사와 맥락이 있습니다.
구두(口頭)
는 입 구(口), 머리 두(頭)를 써서,
직접 말로 전달했다는 의미의 한자어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구두합의는 최종 합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표현은 특히 법률, 계약, 비즈니스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문서로 남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어,
“그건 구두로 얘기된 내용입니다”라는 식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용도로 쓰이곤 합니다.
유선
은 말 그대로 선을 통해 연결된 통신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전화기와 전화기 사이에 실제 구리선(또는 전화선)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전화로 대화하는 걸 “유선 통화”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스마트폰이고, 전화도 다 무선 통신인데 왜 여전히 “유선상으로”라고 할까요?
그건 단순히 “전화상으로” 말했습니다”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전화로 말씀드렸어요’보다
‘유선상으로 안내드렸습니다’가 왠지 좀 더 공손하고, 포멀하게 들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즉, 실제로 선이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그 표현의 격식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구두로”, “유선상으로” 같은 표현은 다소 낡은 듯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언어의 관성입니다.
모두가 무선 통신을 쓰는 시대지만, 표현은 그보다 느리게 변합니다.
중요한 건 표현의 정확성보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입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말의 무게와 분위기를 선택하면,
말 한마디도 충분히 더 스마트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nullvuild